몇 가지 상식들

1.
반류는 반류끼리의 관계에서만 태어난다. 반류와 원인 사이의 아이는 항상 원인이기 때문이다. 아주 낮은 확률로 원인으로 태어난 후손이 물려받은 반류 조상의 혼현을 뒤늦게 보이는 일도 있지만 (선조귀환) 이는 매우 특수하고 희귀한 경우로 기대하기 어렵다.

원인과 달리 임신벌레를 이용한 동성간 임신과 출산이 가능하다. 동성혼에 있어서는 원인 사회에 섞여사는 만큼 속한 지역과 나라의 영향을 받는다. 

2.
가뜩이나 원인에 비해 인구가 적고 그마저도 섞여 사느라 흩어져 있어 번식에 불리할 수 밖에 없는 반류 사회는, 그래서 결혼과 가족에 얽매이기 보다 번식을 중요시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반류 사회에서 재생산, 결혼, 가족 사이의 연결고리는 몹시 약하다. 결혼해서 배우자를 얻고 가정을 이루는 것보다 일시적이고 자유로운 파트너 관계를 맺는 것이 더 선호된다. 때로는 정자나 난자만을 제공하는 대리부나 대리모를 구하기도 하고, 육아는 대개 배우자 없이 개인이 전담하거나 유력한 가문의 경우 가문에서 공동 양육하기도 한다.

3.
혼현이 다른 종끼리 (예: 곰과 개 등) 임신할 경우 아이는 둘 중 한쪽의 혼현만을 따라 태어난다. 부모 중 어느 쪽의 혼현을 물려받게 되는가는 부모의 체급의 영향을 받는다. 상대적으로 경종, 중간종 부모의 혼현을 물려받을 가능성이 높다. 부모의 혼현이 다를 경우 형제 사이에서 부모의 혼현을 각각 하나씩 물려받고 태어나는 경우도 있다.

같은 혼현으로만 이루어진 가문의 경우 (주로 중종 가문이 이런 형태인 경우가 많다.) 출산 후 자신의 혼현을 물려받아 태어난 경우만 가문의 일원으로 인정하는 일이 흔하다.

4.
개인차는 다소 있어도 번식력은 체급에 반비례한다. 중종끼리는 임신이 이루어지는 것 자체도 어렵지만 중간종이나 경종과의 관계에서 임신했을 때 중종보다 중간종, 경종이 태어날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더불어 다른 종보다는 동종 내에서 임신이 잘 이루어진다. 

조류의 경우 체급과 별개로 다른 종과의 관계에서 임신을 했을 경우 조류 후손이 태어나는 확률이 몹시 낮다. 이를 위해 일부 폐쇄적인 조류 커뮤니티 내에서는 외부와 단절하고 부족 내에서만 교합과 임신이 이루어지도록 단속하기도 한다.

5.
혼현 전체를 공공연하게 드러내는 것은 본래도 나신에 비유될 만큼 수치스럽거나 파렴치한 일이다. 성인 반류라면 충분한 자기조절 능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혼현을 아무데서나 노출하지 않는 것을 교양과 미덕으로 삼는다. 그러나 혼현의 일부(귀나 꼬리, 비늘, 어금니 등)가 감정기복이 심할 때 언뜻 드러나는 일 정도는 자주 있다.

6.
혼현을 완전히 드러내거나 페로몬을 일부러 풀지 않아도 대개 서로 종의 큰 분류나 체급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다. 언뜻 드러나는 혼현의 일부라든지, 자취로 남은 페로몬에서 느껴지는 냄새 차이라든지, 혹은 바탕이 되는 혼현의 습성이든지가 단서가 된다. 개인별로 예민하고 둔한 편차는 있지만 대개는 상대가 개인지, 악어인지 정도는 막연히 구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