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OW WHERE WE CAME FROM 
 KNOW WHERE WE ARE 



모두가 알고 있는 이야기를 좀 해볼까요?

우리가 스스로를 일컬어 반류(斑類)라 부르는 것은 인간으로 진화한 것이 자기들 원숭이뿐인 줄 아는 저 근시안적인 원인(猿人)과 스스로를 구분한 것입니다. 진화가 아니라 오히려 퇴보해서 태초의 감각마저 잃은 어리석은 인류와의 선을 그은 거죠. 때로 구분은 둘 사이의 격차를 더욱 아름답게 보여주고는 하잖습니까. 다만 안타까운 것은 조상들이 가졌던 모습들을 이어받아 간직하고 있는 우리 대신 사람의 근간을 이루는 혼(魂)조차 보지도 들리지도 맡지도 못하는 원인들이 세계를 대부분 차지하고 있다는 현실입니다. 그들이 우리의 존재조차 부정하고 지워온 역사 가운데서도 우리는 서로의 진실된 본 모습, 혼현(魂現)을 보고 듣고 맡음으로써 우리 자신과 각각의 종을 증명해왔습니다.

왜 이런 기초적인 이야기부터 해야 하느냐, 그것도 아십니까?

최근 한 작은 모임에서 웃기지도 않는 것을 내놓았답니다. ‘이지스’라고 들어보셨습니까? 광고의 캐치프레이즈가 이렇게 시작합니다. "페로몬으로부터 자유로워지십시오." 재밌는 표현이에요. 마저 이어지는 문장들은 이렇습니다. "효과는 좀 더 간단합니다. 끼는 순간부터 당신은 페로몬을 흘리거나 혼현을 노출할 수 없습니다. 동시에 다른 이의 페로몬과 혼현 역시 감지할 수 없게 됩니다." 역설적이지 않습니까? 이런 광고는 어떻습니까. 안대를 차서 시각으로부터 자유로워지십시오! 귀마개를 꽂아 청각으로부터 자유로워지십시오! 글쎄요, 이지스 대신 고삐는 이름으로 어떻습니까. 2cm 남짓의 클립처럼 생긴 고삐. 

이들이 하고 싶은 얘기란 결국 하나입니다. 우리의 전통, 우리의 자부심, 우리의 혼현! 그 모든 걸 잊고 버려라. 이 반류사회를 자기 발로 기어나가서 원인이 되어라! 오로지 우리만이 누리는 감각과 페로몬을 하찮은 것으로 여겨라. 비약 같습니까? 이런 것들이 계속 당당하게 나온다면 언젠가는 우리도 우리 자신을 모르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를 잃을 것입니다.

마지막 당부는 이것입니다. 부디 분별하십시오, 그리고 기억하십시오.
한 겹의 외피 아래에 있는 진실된 당신은 누구인지.